미드 한니발의 끝 기분아 좋아져라 얍


*본 포스트에는 미드 한니발 시즌3 피날레 관련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3년의 긴 여정이 끝이 났다. 저번 포스트에서 썼듯이(x) 시즌3는 예술적인 면에 지나치게 치중한 영상, 이해가 되지 않는 극중 인물들의 동기, 몇몇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 등으로 나에게 많은 아쉬움을 준 시즌이었는데, 피날레만큼은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브라이언 풀러는 시즌2 때도 그러더니 마지막 화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는구나. 

시즌1부터 진행되었던 윌 그레이엄을 사이에 둔 잭 크로포드와 한니발 렉터의 줄다리기는 우리 불쌍한 프로파일러의 자율적 선택으로 인해 끝이 났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잭 크로포드에게는 큰 관심을 주지 않는데, 난 그가 한니발 렉터만큼이나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투박한 비유를 들자면 크로포드는 그레이엄의 오른쪽 어깨에 앉아있는 천사(토실하고 순수한 아기천사가 아닌 구약성서적 의미의 정의와 분노로 이글거리는 신의 전사), 렉터는 왼쪽 어깨에 앉아있는 악마 정도가 되겠다. 두 사람 모두 그레이엄의 병적인 공감능력을 필요로 하고, 그 재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각자의 목표를 위해 사용하고자 한다. 크로포드의 목적은 FBI국장으로서 살인범을 잡아 악을 처단하는 것이고 렉터의 목적은 희대의 살인범으로서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줄 동반자를 찾는 것이니 선과 악의 경계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 분명하다고 생각되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레이엄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비틀고 짜내어 본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려고 하는 타인일 뿐이다. 실제로 크로포드와 렉터 모두 그래이엄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정신병에 걸리던 도덕적 딜레마에 힘들어 하던 크게 개의치 않는다. 
시즌1~시즌3에 걸쳐 그레이엄은 자신을 잃고 크로포드와 렉터의 요구 사이에서 갈팡질팡 해왔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자를 만나 3년간 가정을 꾸리기도 하지만, 몰리조차 그레이엄의 저주받을 "재능"을 감싸안아주지는 못하고, 그의 일이 불러들이는 사건은 그가 돌아가고자 했던 보금자리를 오염시킨다. 그 후 이제까지 알고 살아왔던 도덕적 기준(크로포드)와 자신 안의 어두운 욕망(렉터) 사이에서, 그레이엄은 마지막에 스스로의 결정을 내린다. 크로포드를 속이고 돌라하이드와 손을 잡아 한니발을 탈옥시키고, 한니발과 함께 돌라하이드를 죽인 후에 한니발을 끌어안고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는 것이 그 결정이다. 크로포드가 원했듯이 돌라하이드를 처분하고 한니발을 죽였지만 그를 속이고 자신의 방법을 사용해 많은 FBI요원들과 관계자들을 희생시켰고, 한니발이 원했듯이 그의 동반자가 되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 삶을 선택하지는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결과적으로는 알라나 블룸 박사, 베델리아 뒤 모리에 박사 등, 많은 생명을 살렸다. 평생 옳고그름의 경계에 괴로워하던 사람이 이끌어낸 이 마지막 축제의 제목이 "어린 양의 진노"인 것이 너무 적절하다. 완벽하고, 완벽하다.


드라마에서 말하는 "사랑"과 그레이엄의 선택에 대해 쓰고 싶은게 더 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그 외 시즌3 잡담.

+
친구가 이 드라마를 두고 "미국 TV 역사상 가장 위대한 러브스토리"라 했다. 미국 TV 역사상 까진지는 모르겠지만 위대한 러브스토리라는데는 이견이 없지 싶다. NBC가 한니발을 시즌3을 마지막으로 캔슬할거라는 소식이 떴을 때 텀블러에서 누가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브라이언 풀러가 방송사 신경쓰지 말고 그냥 둘이 이어지게 하면 좋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Bryan Fuller, you magnificent bastard...<3

+
프레데릭 칠튼 박사 불쌍하다. 브라이언 풀러가 시즌2 끝난 다음에 "앞으로도 칠튼 박사가 겪을 일이 많아여 헤헷" 했을 때 우리 쓰레기 괴롭히지 마!!!하는 마음이었는데 이 사단이 날 줄은 몰랐다. 어휴... 재능도 없는 주제에 야망만 큰 꼴이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그래도 가슴이 아픈데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고 다니는 걸 보니까 속이 쓰리다.

+
프랜시스 돌라하이드: (윌 그레이엄 얘기를 하며) 잘 생기진 않았지만...
Dee: .....구 버버리 모델한테 저런 소리를 하다니, 저게 미쳤나. 눈이 너무 높은거 아닌가.

+
아벨 기디언 박사와 더불어 한니발에서 최애캐인 프레디 라운즈가 살아남아서 기쁘다. 프레디 라운즈가 시즌3의 일이 일어난 후에 "Hannibal the Cannibal and William Graham Cracker: The Murder Husbands" 따위의 쓰레기 책을 썼을거라고 상상하니까 신난다.

 




최근에 본 미드 (한니발, 센스8, 미스터 로봇, 데어데블) 기분아 좋아져라 얍


*미드 한니발, 센스8, 미스터 로봇, 그리고 데어데블 관련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로 미드 소개를 위한 요약 정도)


한니발 (NBC)

스토리도 그렇고, 영상도 그렇고, 한니발 시즌1은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생각한다.
시즌2에서 미묘하게 마음에 안드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만 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시즌2 피날레가 또 예술이여서 모든 의심을 지우고 시즌3를 기다렸다.
재커리 퀸토, 리처드 아미타지 등의 유명 배우들이 투입된다는 소문에 기대도 컸고.
그런데 시즌3는 보면 볼수록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NBC에서 드라마를 캔슬한 이 시점에,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 될 것이기 때문에
파워풀하게 끝내주기를 바랬는데
1화부터 영상도 너무 예술적인 면에 치중하느라 몰입도를 방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
스토리도... 조잡한 대본 탓인지 내 머리가 나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A라는 인물이 왜 B라는 행동을 하는가"에 의문점이 드는 부분들이 많다.
(예: 알라나.............. 씨발)

뭐, 그래도 기본적으로 이 드라마에 애정이 있으니 찝찝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매주 챙겨봤지만
'이빨요정'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그마저도 하기 싫다.
영화 "레드 드레곤"이 나온게 2002년이었나.
13년은 긴 세월이지만, 잘 만든 영화가 잊혀질 만한 시간은 아닌 건지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대사를 그저 생김새가 다른 배우들이 보여주고 있으니
영화를 본 사람에게게는 이번 시즌이 지루하고 진부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리처드 아미타지가 연기를 잘하는건 사실이나
영화 "레드 드래곤"의 랄프 피네스 만큼의 임펙트는 못주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이번 시즌에서 레바 맥클레인 역을 맡고 있는 루티나 웨슬리... 이 분이 심각하게 연기를 못한다.
와 나 진짜... 누가 이 수준의 배우한테 이 정도 레벨의 역을 맡기래!!!!!!!!!!!!!!!!1
리처드 아미티지가 아무리 열심히 연기를 하고 대사를 쳐봤자
루티나 웨슬리가 장님인듯 장님아닌 장님같은... 식으로 연기를 해대니까 김이 빠진다.
그리고 둘 사이에 케미도 없어...
난 왜 스토리를 아는데도 어쩌다 돌라하이드가 맥클레인과 사랑에 빠졌는지 이해가 안되어서 고통받아야 하나...
 
어쨌든.
남은 애정을 끌어모아 어찌어찌 끝내기는 할 것 같지만
너무 좋아했던 드라마에 느끼는 마지막 감정이 실망감이게 되어 아쉽다.


센스8 (Netflix)

워쇼스키 남매의 신작 미드, 센스8.
별 기대없이 "배두나!!! 잘 쓰여진 동성애자와 트렌스젠더 이야기!!!!"하는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마음에 든다.
각자 미국, 영국, 인도, 나이로비, 멕시코, 독일, 그리고 한국에 사는 8명의 사람들이
어느 날 환상을 보게 되고, 그 이후로 생각과 삶을 공유하게 된다-는 내용인데,
1. Sci-Fi물 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녹아든 현실적인 고민들
2. 너무나도 잘 쓰여져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8명의 캐릭터들
3. 주인공이 8명이나 되는데 전혀 부산스럽지 않은, 천재적인 편집
4. 다른 나라, 특히 할리우드에서 흔히 "이국적임! 우리랑 존나 다름! 그 나라 사람들은 다 이럼!" 식으로 
판타지화 되는 인도와 한국 등의 이야기도 그 곳을 사는 사람들의 눈으로 풀어낸 점
5. 다른 나라의 풍경을 보는 깨알 재미
6. 주옥같은 대사
등등,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드 역사상 이 정도로 다문화적인 미드가 있었던가.
남녀 비율도 잘 맞췄고 인종도, 성적 성향도... 여러모로 감동적이다.

물론 마음에 안드는 점도 있다.
일단 배두나가 연기하는 박선이 무예를 잘하는 것으로 밝혀졌을 때는 실소를 감추지 못했고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왜 "동양인 여자" 하면 디폴트로 나오는 생각이 무술!!!인가)
또 결정적인 이야기는 세명의 백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점이 좀 아쉽다.

그렇지만 역시 좋은 점이 안 좋은 점을 뛰어넘는 미드.
꼭 추천하고 싶다.


미스터 로봇 (USA Network)

"박물관이 살아있다"에서 파라오 아크멘라 역을 맡았던 라미 말렉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따끈한 신작.
파일럿 화가 너무 평이 좋아서 USA Network에서 처음 방영되기도 전에
시즌2가 확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낮에는 사이버 보안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주변 사람들 스토커/어둠의 히어로로 고군분투하며
 사회불안장애와 우울증, 그리고 모르핀 중독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이
대기업 E Corp를 공격하려 하는 해커 집단에 영입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미드인데, 
라미 말렉의 '영혼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외로움' 연기가 특히 돋보인다.
배우 자체는 원래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하는데, 드라마를 보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음...
또 자본주의가 소재인 것이 꽤 흥미로운 데다가
주인공이 TV 너머의 "가상의 친구"에게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이 재미있다.

일단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드라마.


데어데블 (Netflix)

마블 원작, 
아홉살 때 교통사고로 인해 화학약품이 눈에 들어간 탓에
눈이 멀지만 다른 감각들이 향상된 매튜 머독이 어른이 된 후에는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뉴욕 시 헬스 키친을 지키는 슈퍼히어로 데어데블이 된다-는 내용의 미드.
"나비효과"에서 레니역으로 열연을 펼쳤던 엘든 헨슨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변호사 사무실 파트너로 나온다.
확실히 이 시리즈에서도 발란스를 잘 잡아준다는 생각이 들고
매튜 머독역의 챨리 콕스는...
음.
다음 생에는 저런 씹귀여운 얼굴의 백인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영국 정부는 뭐하냐 이 정도로 잘생긴 사람은 국보로 지정해야 되는거 아니냐!!!

어쨌든.
아무 생각없이 로사리오 도슨 보려고 시작했는데 꽤 훌륭해서 놀랐다.
전혀 안 그럴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도 많고.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은 존재하는가 등등)
다음 시즌에서는 주인공의 친구이자 변호사 사무실 비서, 캐런 페이지의 이야기가 좀 더 진행되고
일렉트라가 소개되지 않을까 싶은데...
데보라 앤 월이 연기한 캐런 페이지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 미드가 어디까지 원작을 따를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을 생각하면... 원작에서 캐런 페이지는....
앙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영화 "콘스탄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미드.
2016년에 나올 시즌2가 기대된다.





이렇게 끝.
일단 궁금하던 드라마는 다 봤고, 앞으로 시간이 나면
"엠파이어"나 "바이킹", 아니면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의미없는 포스트에 제목을 붙여 무엇하나 현재와 과거와 그 외의 것들


1.
"아빠가 젊었을 때, 결혼한지 이제 막 2~3년 된, 한살배기 아들이 있던 대학교 여자후배가 암에 걸렸어. 소식을 듣고 위로해준다고 밥을 사주는 자리에서 그 애가 이러더라고.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그래, 백발이 고운 할머니가 될 수 있을거다- 해줬는데, 후배는 삼개월 후에 죽었어. 그 이후로 주름이 늘었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도 그건 좋은 일이야...하는 생각이 들어."


2.
K: 솔직히 제가 성욕이 강한 편이라, 지금 6개월 넘게 성관계를 안했다는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에요. 원나잇을 할 수도 없고...
Dee: 왜 못해?
K: 한번 해봤는데, 막 좋지는 않더라고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랑 한다는게.
Dee: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성적인 끌림만 보는거니까 역시 힘든가?
K: 네, 좀 그랬어요. 그냥 원래 아는 사람과 Friends with benefits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Dee: 오, 나도 그런 생각 한 적 있어.
K: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관계를 목적으로 처음 만난 사람이 미친년/놈인지 걱정 안해도 되고.
Dee: 확실히 괜찮을 것 같아.
K:
Dee:
(두 사람 모두 마음속으로 "...어라?" 하는 순간이 흘렀다)


3.
“وطن المرء ليس مكان ولادته و لكنه المكان الذي تنتهي فيه كل محاولاته للهروب" 
"집이란 네가 태어난 곳이 아니라, 도망치고자 하는 모든 욕구가 사그러지는 곳이다."
— 나기브 마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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